의료기기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한 번쯤 꼭 듣게 되는 단어, ‘밸리데이션(Validation)’. 하지만 처음 이 단어를 접했을 때, 솔직히 저도 “이게 도대체 뭔데 이렇게 중요하게 다뤄지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제가 실제 의료기기 품질보증(QA) 팀에서 일하면서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밸리데이션의 개념부터 실무 포인트까지 정리해보려 합니다.
1. 밸리데이션이란? 쉽게 설명하면...
밸리데이션은 말 그대로 제품이 “목적에 맞게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계획된 절차에 따라 검증하는 과정입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검사(QC)와는 다르게, 밸리데이션은 제품뿐만 아니라 공정, 장비, 소프트웨어, 청정실, 세척 등 전체 시스템이 의도한 대로 잘 작동하는지를 사전에 확인하는 개념이에요.
2. 왜 이렇게 중요할까?
의료기기는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제품이기 때문에, 제품이 항상 일관되게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생산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국내 KGMP(의료기기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국제적으로는 ISO 13485나 FDA QSR 같은 규정에서도 밸리데이션은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A라는 의료기기를 생산하는 라인에서 한 장비의 설정값이 조금 바뀌었다고 가정해볼게요. 이 설정 변경이 최종 제품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지 아닌지를 밸리데이션으로 입증하지 않으면, 나중에 큰 문제가 될 수 있어요.
3. 밸리데이션의 종류는?
- 공정 밸리데이션(Process Validation) – 실제 생산 공정이 일관된 품질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지 확인
- 설비 밸리데이션(Equipment Validation) – 사용되는 장비가 적절하게 작동하는지 확인
- 소프트웨어 밸리데이션(Computer System Validation, CSV) – 품질 시스템에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가 정확하게 작동하는지 확인
- 세척 밸리데이션(Cleaning Validation) – 세척된 장비에 잔류 물질이 남지 않는지 검증
4. 밸리데이션은 누가, 어떻게 하나요?
보통은 QA팀이 주관해서 각 부서와 협력하며 진행합니다. 하지만 실무에선 RA팀, 생산팀, 엔지니어링팀, 심지어 외부 컨설턴트와도 협업하게 되는 경우가 많죠.
밸리데이션의 핵심은 계획(Protocol), 실행(Execution), 보고(Report) 세 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5. 실무자가 느낀 팁 (진짜 중요합니다)
- 1. 계획서를 꼼꼼히! – 시작 전에 Protocol을 최대한 상세하게 잡는 게 나중에 훨씬 수월합니다.
- 2. 측정 장비 검교정 상태 확인 – 사용된 장비가 검교정되지 않았다면 그 결과는 무의미합니다.
- 3. 테스트 조건 기록은 필수 – 테스트 당시 환경(온도, 습도 등)도 기록해두는 게 나중에 큰 도움이 됩니다.
- 4. Deviations는 솔직하게 작성 – 문제를 숨기면 안 됩니다. 오히려 나중에 더 크게 지적받습니다.
6. 밸리데이션 문서, 이렇게 관리해요
밸리데이션 관련 문서는 DHF(Design History File)나 QMS 시스템 내에 포함되어야 하며, 변경 이력과 관련된 문서들도 꼼꼼히 정리해두는 게 좋습니다. 특히 3년 이상 보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자 시스템(LIMS, eQMS 등)을 사용하는 회사라면 CSV 밸리데이션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7. 마무리하며 – 처음엔 어렵지만 익숙해지면 무기가 됩니다
처음 밸리데이션을 접하면 “이렇게까지 해야 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어요. 저도 처음엔 실수도 많았고, 감사에서 지적도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하나씩 직접 계획하고, 테스트하고, 리포트를 정리하면서 느낀 건… 밸리데이션은 품질 시스템의 핵심이고, 잘 해두면 나중에 정말 든든한 무기가 된다는 거예요.
혹시 밸리데이션 업무 처음 맡으신 분이라면, 저처럼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주변 동료나 선배들과 많이 소통하세요. 그리고 관련 지침(KGMP, ISO 13485, FDA 등)도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궁금한 점이 있으면 댓글로 남겨주셔도 좋습니다 😊
📌 다음 편 예고 – 밸리데이션 시리즈 시작합니다!
오늘은 밸리데이션 전반에 대해 간단히 훑어봤지만, 사실 이 주제는 공정 밸리데이션, 설비 밸리데이션, 세척 밸리데이션, CSV(Computer System Validation) 등 각 항목마다 할 이야기가 정말 많습니다.
그래서 다음 글부터는 각 밸리데이션 항목을 하나씩 파헤쳐보는 ‘밸리데이션 실무 시리즈’를 연재할 예정이에요! 예를 들어,
- ✅ 공정 밸리데이션 – PQ, OQ, IQ 개념부터 샘플 수 계산 방법까지
- ✅ 설비 밸리데이션 – 장비 선정부터 유지보수 기록 관리까지
- ✅ 세척 밸리데이션 – 잔류허용기준 설정과 분석 방법
- ✅ CSV – 전산 시스템 검증 절차, Audit Trail 검토 포인트 등
실무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팁 중심으로 하나씩 풀어볼 테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구독 또는 즐겨찾기 해두시면 좋습니다!